2008년 10월 31일 금요일

꿈 70-18 & 나의 배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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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걸 본지 꽤나 오랜만입니다. 한 3-4년 된 것 같아요. 장르의 매력은 충분히 알지만, 의외로

재밌는 연극이란 좀 드물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간접적으로나마 연극에 대해서 줏어들은 게 많아 그런

지도 모르겠군요. 옛날에는 삶의 스타일로써 연극이라는 매체의 성질이나, 극을 볼때 당시의 몰입도에

좀 치중하는 경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땐 그랬죠.

 

이번 공연에서는 표현 매체로써의 신체에 대해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위의 공연 소개란에서도 보이듯이

보이스 퍼포먼스(액트)라는 다소 생경한 말에, 느낌은 오지만 어떻게 구체화시켰을까, 궁금해졌거든요.

다소 개인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 갇혀있는 이유는 고정된

이미지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닥치고 분열은 내 재능이 아니다, 하지만 애초에 운동성을 갖고

있는 매체- 즉, 신체는 그런 고립성을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랄까?

 

생각보다는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은 공연이었습니다. 좀 더 의외의 혼합을 기대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을 연기하신 분, 김진영 씨가 작가-연출을 함께 하셨군요.

극이 끝나고 좀 씁쓸해져서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남아있지 않고 나와버렸거든요.

 

하지만 연극이라는 장르의 한계에 대해선 조금 실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은 시각적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니까요. 극에서 사용했던 소재들은, 굳이 사람의 몸으로 무대에서 플레이

안하더라도, 애니매이션 같은 인공적인 그림으로도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거든요.

연극의 매력은 현장감에 있겠습니다만, 동시에 그게 한계로 작용하기도 하죠. 만약 극이 보여주는

장치들로부터 관객들의 몰입이 실패한다면, 스크린으로 보는 영상보다 기술적으로 초라해질수밖에

없거든요. 미치도록 아름답게 보이는 열연이 아니고서야......

오히려 저에게는 극에서 쓰였던 소재들이 제가 보았던 다른 만화나 애니매이션에서 이미 충분히

흥미롭게 표현되었던 걸 보았던 경험때문인지, 극 자체가 파편화된 인상으로 남고 말았거든요.

가령 [꿈 70-18]은 미야자키의 어떤 애니에 나왔던 가오나시쯤 될까요? 움직이는 인형에선 오시이

마모루의 이노센스.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 상실은 두 작품 모두 보이는데 이토 준지가 떠오르

네요. [나의 배꼽이야기]의 배꼽은 버자이너로 대체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는데, 중간에 쓰인

어머니께 떡을 내놓으라는 호랑이 얘기는, 아색기가 애니 버전에도 있는 얘기 아니었던가요.

 

이야기를 이길 만한 건 서커스밖에 없을까요. 아니면 음악.

 

하지만 몸이라는 매체의 매력은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극중인물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자신의 신체와 대적해야 하는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면서도 마임같은 느낌이 났거든요.

역시 몸은 가상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한계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다면, 감정이입에 있어서는 강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건, 관객의 시점의 문제이면서도, 배우의 자세의 문제.

가령 [나의 배꼽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도입부에서 '일어서거나' '무릎을 꿇은채' 연기를 하는데,

누워있는 배우를 볼 수 있었다면 더욱 흥미롭지 않았을까요. 물론 연극무대는 관객의 시야가 한정되어

있기에, 무대 전체적인 공기의 흐름으로 관객을 몰입시켜야지, 특정한 오브제에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부담된다는 얘기일수도 있겠네요. 그런 면은 첫번째 극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인간이 조종하는 인형은

아무래도 진짜 인간보다는 어색할 수 밖에 없거든요.

 

마지막에 씁쓸했던 것은, 결국 생명이 태어났기 때문이겠죠. 또한 그녀들의 욕망을 조정하는 건 남자라는

뉘앙스가 두 작품 모두 보여서 기분 나빴거든요. 간접적으로도 남성 인물은 극에 안보이는데 말이죠.

두번째 작품, 동물화되는 인간을 보는 경험은 흥미로웠어요. 극중 음악도 좋았죠. 그래서 몰입은 되는데,

그렇게 된 맥락은 이해할 수 없더군요. 어머니-법에 저항하면서 자신이 어머니가 되는건 무엇일까.

아마 개인적인 답의 차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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