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꽤 우울했던 날이었거든요. 그 전날 했던 말들과 감정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은 채, 자신에 대해 기운을 낼 수가 없었어요.
답을 바랄 수도 없고, 되돌리고 싶지도 않고, 부정하고 싶지도 않지만, 어쨌든 도망쳤던 날이었는데,
어제 난 그 전날로부터 다시 도망친 채, 기억도 제대로 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당시 강렬했던 감정을 좀 그리워하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시간이 지난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파스텔뮤직은 제가 참 좋아하는 레이블이에요. 처음엔 이름 그대로 조금 풋풋하면서 아련한 느낌의 인디 밴드들 위주였는데,
(상대적으로 하드해보이고 날것같았던 쌈지가 헤비메탈같았다면, 파스텔은 신스나 트립합같았다랄까? 지금은 이런 이미지만으로 구별짓기엔
정리가 안되는 상황이지만) 그러면서 트렌디한 수입음반들도 들여와 주는, 퍼플레코드와 함께 아주 고마웠던 곳.
또한 도나웨일은 군대생활땜에 한번도 콘서트를 못가서 내내 아쉬웠던 밴드라, 올해 하반기에 첫번째로 하는 콘서트기에 얼른 예매를 했죠.
솔직히 박준혁씨에 대해서는 공연 예매하며 최근에 출현하신 분이라는 거 정도로밖에 모르고 공연장엘 찾았구요.
마포아트센터와 재즈페스티벌과 인디밴드라는 다소 이상한 조합이었지만.
역시 그런 의혹을 싹 가시게 해 준 도나웨일의 무대. 사진 하나 찍을 겨를 없이 계속 듣고 있었어요.
라이브라서 특별히 달리 들리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보컬을 맡은 유진영씨- 예, 저는 도나웨일의 생명이죠. - 라는 자기소개처럼
당당한 따뜻함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기대했던만큼 제 환상을 채워주었던 무대였어요.
2집의 곡들도 몇몇 들을 수 있었고, 새로운 곡들에 대한 기대치도 꽤나 업. 지금의 저로서는 이지리스닝할 수 있는 음악이 되겠네요.
사전정보 없이 만나본 박준혁씨는 참... 사람을 힘빠지게 하는 좌절모드 200프로 캐릭터였지만,
음악은 조금 달랐어요. 라디오헤드의 탐욕과 한국의 못이 만난 것 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괜히 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의혹 해소.
공연 끝나고 시디 한장 사려고 했는데- 편의점가서 현금 찾아온 사이에 다 팔렸더군요.
그리고 산책삼아 퍼플까지 걸어가서 사려고 했는데 거기도 매진.
초도발매가 너무 적은걸까요, 은근히 인기가 있으신 걸까.
대신에 간김에 다른 시디- mu-ziq의 lunatic harness를 대신 사버렸네요.
그쪽은 지나가면 한장씩 시디를 사고싶어져서 요즘은 가고 싶지 않아요.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지나가버리는 음악.
읽어야 하는데 안읽고 쌓여가는 책처럼 답답하거든요.
그래도 어제는, 자신의 아름다운 마음을 추억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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