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색칠연습

 

잠깐만요.

 

그 말이 없었더라면, 뒤돌아섰던 나는 아주 깊숙히, 아무도 없는 인파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난처한 얼굴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에, 거울을 등진 것처럼 순간적인 조바심이 시간을 늘어트렸다.

어정쩡한 웃음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이 떠올랐다. 얼굴의 경련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이대로 늘어지다간

신경이 끊어지거나, 수축된 이 시간이… 광경이… 감정이 뺨을 때릴 것만 같아 나는 무표정을 가장하고

뒤돌아보기로 했다.

 

거리가 다시 흐르고,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 우리를 스치는 수많은 몸과 그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희망을 가지기로 하자. 나는 그 다짐을 명확히 의식하지 못한 채로 어떤 얼굴을 주목한다. 부끄럽기에 

참는다. 단정하게 눈코입이 매달린 그 얼굴엔 희미한 호기심과 그 보다 더 옅은 승리감이 감돌고 있다.

정말 아름다운 꽃처럼, 꺾기가 두려워진다. 그 얼굴에 이채가 깃든다. 입술의 주름이 살짝 풀려나고,

눈동자는 초점을 산란시킨 채 자기 내면으로 향하려 한다. 잠깐만. 난 그 얼굴이 보여주는 호기심에

호기심을 가지기로 한다. 이게 내 마지막 사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얼굴을 서서히 어루만진다.

어색하게 손을 내밀어 본다. 아직 무엇을 쥐게 될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히 말한다.

나에게 색깔이 되돌아 오고 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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