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선언 이후, 모자란 부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더 어렵다. 그 지속만으로도 설득력을 지니기도 하고. 이들이 사용한 되돌리기가 가능한 형태와 소리. 그건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순환하는 게 아니라, 작은 프레임 안에서는 유효한 플로우. 형태가 의미를 얻지 못할 때는 리듬만이 남게 된다. (내가 그때 생각했던 의미는, 재사용 가능한 일관성이 아닐 거다)
음의 질감, 음의 어조 : 같은 리듬을 다른 음조로 말해서 중층 효과를 얻는다. 그 겹침은 전체 구조의 앙상함을 감추고 흐름을 형성한다.
프레임이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불완전한 형태는 양의 차이로 이해된다. 반이나 남은 물, 잊혀지지 않는 후렴구 같은 거.
형태가 존재할 경우 그 안에서 유희가 가능하지. 일단, 나는 선형만을 형태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형적인 흐름이 형태를 이루는데(형태라고 인식되는) 주된 방식이라고 여긴다. 애초에 프로그래밍이었으니, 비선형일리는 없지. 내부 언어의 문제, Ctrl+Z이 가능하다는 거다. 다만, 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감각과 논리를 일치시키려는 욕망은, 기존에 완성된 양식(작품)을 파편화하고 그걸 재현하면서 충족될까? 완성이라는 말이 양과 질을 합친 수준으로 이해된다면, 가능하겠지. 오늘 공연의 포장은 사운드 아트라지만, 실제로는 Aka 총체예술, 이었다. 창작자에게는 그러하다고 한다, 감상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지만.
Tacet(Ita) : Tacit (Eng) = 침묵. 그렇다고 한다. 존케이지가 떠오른다. 실제로 구현된 건 사념의 리듬이랄까, 게임음악처럼 사용자의 조작이 그대로 소리로 나타나는 식이었지만. 코리 아크엔젤이었나? 마리오 갖고 장난치던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보단 8비트 게임음악이... 가장 개념적(?) 아이디어로 승부했던 게임들. 그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단순한 음악들. 그런 음의 좌표화는 음의 건축화로 이어지겠지만, 사람들에게 그게 필요할 이유가 있을까. 소리가 사람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는 건, 글이나 이미지에 비하면 더 원초적이라 오히려 무감각해졌다. 귀를 막고 사는 사람은 의외로 많을 것 같은데. 비명이나 외침이 충격을 주는 일은 글이나 이미지가 무력해질때나 가능하다. 다만 이걸 이미지에 대항하는 언어와 소리의 동맹으로 생각하면 재밌겠지만.
어쨌든 난 프로그램 위주라고 생각했다. 음악의 확장? 악기의 확장 정도? 그런데 그 보다는 표현 수단으로서 음악을 주로 사용한다
는 정도지, 그러니까 컴퓨터라는 프로세서를 이용하면서 소리나 이미지를 모사 가능한
양식을 구현한다는 시도로 느껴졌다. Data로 출발하면, 다른 표현 수단을 전부 합성할 수 있다. 다만, 그게 인간 감수성이나 사고 체계의 전환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그러니까 계산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 있는지...
좀 더 출발점에 집중해서, 착상의 차원이라면, 자연에서 얻는 영감이나 코딩 라인을 보며 얻는 영감이나 같다고 생각한다. 기술미학연구회 분의 질문이 그랬는데... 그게 과연 창조일까, 라는 의문. 그러나 나는 자연이든 인위든 이해한다는 믿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자바스크립트 언어를 모르면 그건 자연이다(...). 답변은 그저 대등하다고만 말했는데, 그런 다분히 낭만적인 출발에서 왜 분업화된 시스템이 강조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Tacit 경우는 전체를 아우르고 싶어해서 기계어에서 감성을 찾고 있다고 느껴졌는데. (그게 원맨밴드를 말하는 건지, 누가 끼어들어도 좋을 양식인지는... 아직 거기까지 선택할 때는 아니고)
즉흥을 난 굉장히 낭만적인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무지 형식적일 수도 있구나. 기존 곡의 재해석처럼, 파괴에서 복원의 과정을 보여주는, 애초에 형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원동력이 배후의 리터러시에 있을까? 혹은 소리 구간을 잡아낸 다음 형태로 변환하는 툴처럼, 더 즉물적이지 않을까. 그런 Random이 사람의 손맛으로 느낄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는 통제 가능한 통계로 설명 가능하면서 세부에서는 무작위 ; 보는 과정에선 비선형이라고 느꼈지만, 전체에 있어서는 선형이라고 느낀 부분이다.
이 공연에서 이미지만 혹은 사운드만 있었다면? 오히려 따로 놓여져 있다고 했을 때 난 더 좋아보였다. 둘 다 세심한 매력은 있는데, 둘을 섞었을 때는 완성되었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테트리스 게임에서는 블럭의 높이가 음의 높이가 되고, 블럭이 사라질 때가 일종의 코러스 역할을 하는데, 좀 더 게임의 속성이 연계되었다면, 하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연결점을 잡고 그 아이디어를 구현했다는 걸로 의의를 두자.
유튜브 영상 중에 4분 33초라는 제목으로 음소거 상태에서 마리오 게임의 플레이를 보여준 것이 있다. 음악으로 보면 그걸 난 침묵을 음악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거 말고도 소리라는 개념을 들려주려는 시도였을까? 위의 영상에서 재밌었던 점은 소리가 침묵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알고리즘이 가시화되는 것, 그런 뫼비우스 같은 매력이 있었지.
어쨌든 Tacit은 그 침묵을 어떤 규칙의 형태로 생각한 모양이다. 소리를 생산하는 방식에 더 집중하며, 그래서 오픈소스로 자신들의 작업툴을 공개하기도 한다. 다만 그런 창작과정과 경험과정의 불일치는 무대에서 사람들이 직접 툴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해소되지 않는다. (취향을 말하자면) 그게 기존 규칙을 깰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지향이 다르기는 하다. 일단 그들은 음악언어와 일상언어를 일치시키려는 시도였으니까. 그러나 실제로는 그 사이에 기계언어가 있다.(그건 26일의 Text@Media fest에서 김중혁 최수환 이세욱이 보여줬다.) 쉬울 지도 모른다고 내가 생각한다면, 내가 선을 그리면, 그에 대해서 의미가 따라올 거라고 순진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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